22일에 형렬에게 하문하시기를“네가 나를 믿느냐?”하시므로“그러하옵니다.”하니“대인의 말은 한 마디도 땅에 떨어지지 아니하느니 옛적에 자사(子思)는 성인이라, 위후(衛侯)에게‘약차불이(若此不已) 국무유의(國無遺矣)’라. 하였으나 위후가 그 말을 믿지 않았으므로 참혹히 망하였느니라. 나의 말은 더욱 땅에 떨어지지 아니하리니 너는 나의 말을 믿을지어다.”하시니라.

또 하문하시기를“네가 내 일을 대신 맡아 보겠느냐?”하시므로 우러러 답하기를“재질이 둔하고 배운 바 없사오니 어찌 능히 감당하오리까?”하니“미유학양자(未有學養子) 이후(以後)에 가자야(嫁者也)ㅣ라. 우순(虞舜)이 경우역산(耕于歷山)하고 어우뇌택(漁于雷澤)하며 도우하빈(陶于河濱) 할 때는 선기옥형(璿璣玉衡)을 알지 못하였으나 당국하매 알았느니라.”하시니라.

또“모든 일에 근신하여 무한유사시지불명(無恨有司之不明)하라. 마속(馬謖)은 공명의 친구로되 처사를 잘 못하였으므로 휘루참지(揮淚斬之)하였느니라.”하시니라.

이날 약방 마당에 자리를 깔게 하시고 그 위에 누우셔서 치복에게 새 자리를 그 앞에 펴게 하신 다음, 공자(孔子)를 부르셔서“소정묘(小正卯)를 죽였으니 어찌 성인이 되며, 삼대출처(三代出妻)하였으니 어찌 제가함이리요? 그대는 이곳에서는 할 일이 없으니 물러갈지어다.”하시니라. 또 서가모니(釋迦牟尼)를 부르셔서“수음(樹陰) 속에 깊이 앉아 남의 자질(子姪)을 유인하여 인간의 윤리, 기강과 음양(陰陽)을 무시하고 인종을 절멸(絶滅)하려 하니 국가와 선령과 창생을 모르는 그대도 이곳에서는 할 일이 없으니 물러갈지어다.”하신 다음, 노자(老子)를 부르셔서“세속에 산모가 10삭이 차서 산실에 들어갈 때면 사지에 들어가는 심정이라 하는데 81년을 어미 뱃속에 있었으니 그런 불효가 어디 있으랴? 그대가 이단(異端) 80권을 지었다 하나 본 자가 없고 나도 또한 보지 못하였노라. 그대도 이곳에서는 할 일이 없으니 물러갈지어다.”하시니라.

이달 10일부터 수라를 폐하시고 냉수만 마시시다가 22일에 형렬에게 명하셔서 보리밥을 지어 오게 하셨으나, 보기만 하시고 가져다 두게 하시니라. 반나절이 지난 후에 다시 하명하셔서 가져오매 밥이 쉬었으므로“이는 절록(絶祿)이니라.”하시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