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황상제님께서 신유(辛酉 : 도기 13, 단기 4254, 서기 1921)년 설과 보름에도 단도수공부에만 전념하시고 명절치성은 시종들에게 일임하시더니 2월 중순에 백일공부를 마치시니라. 그동안 엄동설한에 바람막이 하나 없는 해도(海島)에서 불철주야하시는 공부에 동상에 걸리셨으며 수족이 붓고 손 마디가 터져 피가 흐르시므로 배접(褙接)까지 하셨으나 괴로운 말씀은 고사하고 내색도 아니하시니라.

2월 하순에 상제님께서 범선(帆船)에 시종들을 태우시고 바닷길로 전라도 부안(扶安)을 향하여 출항하시니라. 중도에 갑자기 폭풍우와 성난 파도가 일어 배가 심히 요동하며 전복당할 지경에 이르고, 돛대가 부러져서 그 조각이 도사공의 다리에 박혔으나 도사공은 그것도 모르고 항해에만 몰두하는데 시종들이 기겁하여 우왕좌왕하며 도사공에게 회항하자고 독촉하니라. 이때 상제님께서 태연히 갑판 위에 임어하셔서 엄명하시기를 “모두 나를 믿고 안정하라. 만약 뱃머리를 돌려 회항하면 모두 죽으리니 바람을 향하여 곧게 항해하라.” 하시며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을 거슬러 담뱃대를 던지시자 이내 바람이 멎고 파도가 낮아졌으며 상제님께서 도사공의 다리에 박힌 나무조각을 빼어 주시자 그때서야 도사공이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가 상제님께서 “도사공의 책무에 일심을 다하라” 하시니 이내 일어나 항해를 무사히 마치니라.

이달 그믐에 부안군 변산반도 해창포(海昌浦)에 행행하셔서 다시 같은 군 소재 우금바위 아래 최석래(崔錫來)의 집에 공부설석하시니라. 여기서도 철도(쇠섬)에서와 같이 낮에는 공부실에서 수도하시고 밤에는 그 집 후원에 설치하신 단 위에서 “단도수”와 “검무도수”로 공부하시니 이상식과 김창규가 시봉하고 선덕부인께서 수발하시니라.

어느 날 낮에 상제님께서 공부하시다가 이상식을 급히 부르셔서 검무도수에 쓰시는 칼을 내어 주시며 “속히 잘 숨겨 보라.” 하시므로 상식은 엉겁결에 받아 부엌 나뭇간에 숨기니라. 잠시 후에 왜경 순사 한 사람이 와서 상식에게 “무엇하는 아이냐?” 하고 물으므로 “몸이 불편하여 이곳에서 수양하는 중이요.” 하고 답하자 다시 “누구와 같이 있느냐?” 하므로 “어머님과 같이 있나이다.” 하니 “어머님을 불러오라.” 하는데 이때 마침 공부처에 계시던 선덕부인께서 후원으로부터 나오시니라. 순사가 부인께 “이 아이가 당신 아들이요?” 하고 물으므로 부인께서 “그러하오.” 하시니 순사는 더 묻지 않고 후원으로 가서 단을 보고 묻기에 상식이 “내가 수양하는 여가에 뛰어 노는 운동장이오.” 하고 입에서 나오는 대로 답하니 순사는 혼잣말로 “어떤 수상한 공부꾼이 와 있다기에 찾아왔더니 헛말이구나.” 하고 돌아가니라.

순사가 나간 후에 상식이 부인께 “선생님께서 칼을 급히 숨기게 하신 일과 고모님과 모자간이라고 한 말이 서로 일치한 일, 순사가 단상의 깃대와 노끈도 보지 못하고, 선생님께서 송주(誦呪)하시는 용성(龍聲)이 밖에까지 울림에도 듣지 못함은 실로 신이(神異)한 일이옵니다.” 하고 아뢰니라. 부인께서 말씀하시기를 “어찌 그뿐이랴? 단 위는 고사하고 단 아래에도 풀이 나지 못하며, 새가 단상에는 날지도 못하고, 비와 이슬이 깃발을 적시지 못하며 또 며칠 전에 개가 단상에 올라갔다가 하루 종일 움직이지 못하는데, 선생님께서 보시고 ‘영각(靈覺)이 없는 짐승인지라 풀어 나가게 하라.’ 하신 후에야 비로소 달아난 일도 있지 않느냐?” 하시니 상식이 감탄하여 저도 모르게 단을 향하여 재배하니라.